의사였다가 인생 방향을 바꾼 한국 분이 운영하시는 tarMacRumors.com에 조금 전에 올라온 기사를 보니 애플이 써드파티 웹브라우저를 승인했네요.

Apple Allows 3rd Party Web Browsers into App Store

오페라의 브라우저를 애플이 앱스토어에 받아주지 않는다고 비난을 했던게 작년 10월 말 정도였으니 두 달 조금 지난 다음에 애플이 정책을 바꾼 셈입니다. 물론 실제로 오페라가 브라우저를 앱스토어에 제출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어차피 승인해주지 않을테니까라고 생각하고 먼저 비난부터 한 해프닝이기 했지만 말입니다. ^^

어쨌든 오페라의 작전은 성공한 셈이 됐습니다. 과연 언제쯤 오페라 브라우저를 아이폰과 터치에서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애플은 응답을 한 셈이 됐습니다.

주위에 보면 애플은 폐쇄적인 회사이고 구글은 개방적인 회사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또 그런 분들의 논리를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꽤 되는 것 같구요.

하지만 애플은 폐쇄적인 회사가 아닙니다.

엄청난 비밀주의(완벽주의가 가미된)이고, 워낙 잘 나가다 보니 거만할 수도 있고, 큰 회사이다 보니 동작이 우리 희망 만큼 빠르지 못하고 또한 의도적으로 폐쇄적인 정책을 유효적절하게 써먹는 회사일 뿐입니다.

그게 폐쇄주의 아니냐고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애플이 만약 폐쇄적인 회사라면 어떻게 지구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가 될 수 있었겠습니까...혁신과 폐쇄가 관계가 없다구요? 폐쇄적인 회사는 절대로 혁신을 할 수 없습니다. 물론 그 회사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아이큐 200 이상인 천재들이라면 혹시 모르겠지만 그래도 폐쇄적인 회사는 바깥의 의견과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남의 의견과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회사는 혁신적인 회사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보면 모순인 것 같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혹시 사실은 애플을 폐쇄적인 회사로 단정하는 우리가 폐쇄적이거나 아니면 애플의 경쟁자들이 퍼뜨리는 시기와 거짓으로 구성된 흑색선전에 속은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우리가 그 경쟁자이거나... ^_^

애플이 폐쇄적이라는 근거로 제시되는 음악의 DRM 문제(아이튠즈는 아이팟만 지원해서 독점을 굳히려 하고 있다는)는 사실은 애플이 아니고 비호환되는 여러 회사의 기기에 음악을 여러번 팔아보려는 메이저 음반사들의 의도였음이 스티브잡스의 DRM free 선언으로 밝혀졌고 그 이후에도 DRM을 고집하던 메이저 음반사들이 애플의 정책에 따라가는 발표가 이번 맥월드에 있었습니다.

이번 맥월드를 기점으로 모든 음악에서 DRM이 없어진 것은 물론이고 PC를 통한 싱크나 Wi-Fi 뿐 아니라 3G 전화망을 통해서 음악을 다운로드 받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3G를 통한 다운로드는 물론 AT&T의 협조가 있어서 가능했을 겁니다. 요금은 똑같은데 트래픽만 늘어나니 AT&T는 손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때문에 데이터 정액제 요금에 가입 안하던 고객이 가입하고 그 때문에 AT&T를 떠나지 않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으니까 그렇게 했을 겁니다. 스티브잡스의 협박 때문은 아니었을 겁니다. 아니 혹시 협박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안해주면 그 핑계로 5년 독점 계약을 끝내겠다고요...

한편 이번 발표에는 음악의 한 곡당 가격을 $0.99 하나에서 $0.69와 $1.29가 추가된 세가지로 늘렸습니다. 이런 여러 가격은 그동안 음반업계의 숙원사항이었는데 실제로는 훨씬 더 비싼 가격에 대한 요구가 많았지만 아마도 스티브잡스는 그런 것들을 잘라내고 세가지 가격을 하면서 대신 DRM Free와 3G 다운로드를 조건으로 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덤으로 $0.69의 가격을 만들어내면서 저가 전략으로 싸움을 거는 아마존을 지긋히 밟아주는 효과도 얻었을 거구요.

초기에 음악은 수천번 듣지만 영화는 여러번 안보기 때문에 아이팟에 담아가지고 다니지 않을 거고 그래서 비디오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고 시치미를 떼다가 나중에 비디오를 지원한 것은 물론이고, 음악처럼 내가 소유해야지 제맛이지 비디오처럼 대여하는 것은 안하겠다고 튕기다가는 자신이 대주주인 디즈니와 ABC 외의 영화사들과 타협해서 아이튠즈의 영화 라이브러리를 대폭 확장하면서 렌탈 모델을 도입할 때에도 그랬습니다.

아이폰을 출시해 놓고 모든 어플리케이션은 웹으로(AJAX)로 작성하면 충분하다고 이야기를 해놓고는 어플리케이션 방식의 SDK를 준비하면서, 사람들이 애플이 SDK를 통제해서 App Store를 통해 전횡을 휘두를 것이라고 걱정했지만, 가격도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무료 어플리케이션에는 수수료도 받지 않는 인류 최초의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 마켓플레이스를 만들어낼 때에도 그렇게 폐쇄적은 아니었습니다.

앱 스토어에 관해서는 계속 여러 가지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무제한 정액제에 가입한 아이폰을 무선 모뎀으로 삼아서 노트북에서 인터넷 접속하는 AT&T가 정말 곤란해지는 어플리케이션이나, 자사가 하는 사업인 음악 스토어, 포드캐스트 기능 들에 대해서 어플리케이션을 승인하지 않는다는 비난도 있었습니다.

방구소리 소프트웨어를 보고 이런 쓸데 없는 소프트웨어는 승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가 얼마 후에 승인을 해줘서 온갖 화제를 나았고 덕분에 iFart Mobile을 개발한 사람은 얼떨결에 수억을 버는 횡재를 잡았습니다.

저희도 Touch Free를 만들 때에 MP3 파일의 재생 속도를 조절하고 구간반복 기능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시비를 걸지 않을까 걱정하느라 개발 일정이 꼬이고 릴리즈한 버전에 문제가 조금 있기는 했지만 결국은 승인이 났습니다.

턴바이턴의 네비게이션도 못하게 할 거라는 해석이 있어서 우리나라의 xRoad가 첫번째 네비게이션 제품을 올릴 때에 있는 기능을 일부러 빼고 올리는 생쑈가 있기는 했지만 아마도 업데이트를 통해서 그 기능들을 다 꺼내 놓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써드파티 브라우저 승인 문제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혹시 다른 브라우저를 승인했다가 자사의 전략에 돌아온 부메랑이 될까봐 걱정을 하고 그러다 보니 일단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나갔지만 지금에 와서는 별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풀어준 것으로 보입니다.

밖에서 보는 우리 입장에서는 갑갑한 일이기는 하지만 앱스토어가 오픈한지 6개월 뿐인 점을 생각한다면 폐쇄적이라고 우리가 이야기했던 이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일 뿐만 아니라 가장 개방적이고 가장 액션이 빠른 회사일지 모릅니다. 물론 우리의 회망과 요구는 훨씬 더 혁신적이고 개방적이며 빠르지만 말입니다.

과연 애플이 움직인 음반사와 영화사와 이동통신사가 애플보다 더 개방적인 회사들일까요? 애플을 비난했던 언론사들이 개인들이 실제로 애플보다 더 개방적일까요?

그리고 갑갑해 보이는 이 음반사와 영화사와 이동통신사과 비교해서 우리나라의 같은 종류의 회사들은 이 회사들보다 개방적일까요?

제가 보기에는 우리 나라 이통사들보다 AT&T가 열 배는 개방적이고 AT&T를 설득하고 끌고 간 애플은 그보다 열배 더 개방적인 것 같습니다.

(  열배 * 열배 = 백배 ^__^   0.00000...00001 / 0 = 무한대   에 이은 이찬진의 두번째 수학교실 )

혹시 애플은 폐쇄적인데 사용자들의 거센 요구와 비난을 받아들인 거라고요. 즉 애플은 원래 폐쇄적인데 압력에 굴복한거라고요. 그러면 그게 가장 개방적인 겁니다. ^^

'그 사람은 너무 고집이 세. 하지만 결국 우리가 설득하면 합리적으로 받아들이기는 하지'라고 누군가 말했다면 그 사람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은 고집이 세고 단지 그가 설득을 잘하는 건가요? 아니면 설득당한 그 사람이 합리적이고 개방적인 건가요?...

애플은 고집도 세고 목소리도 크며 다소 거만하게 받아들지기는 하지만 가장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회사라는 것이 제 결론입니다.

이야기를 잠시 다른 쪽으로 돌려보겠습니다.

저는 지난 달에 풀브라우징(웹뷰어라고 불리우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LGT에 공급하는 소프트웨어 회사에 다니는 어떤 후배와 함께 풀브라우저를 앱스토어에서 파는 것에 관해서 상의했습니다. 애플이 당장은 승인을 안해주겠지만 큰 기회가 될 것 같으니 개발을 시작하라고 제가 권유하는 자리였습니다. 애플이 승인을 안해주면 jailbreak 대상으로 팔기라도 할 수 있고 결국은 애플이 승인이 날꺼야라고 말했는데...

한 달도 안돼서 개방을 해버렸네요. 어디 가서나 제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한 내공한다는 소리 듣는 저도 애플의 대단함 앞에서는 계속 좌절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도 또 한 방 맞은 셈입니다. 언젠가 개방할 것으로 생각은 했는데 올 상반기 말 정도나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신년 벽두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쓱싹하고 해치워 버리네요.

그나마 남들은 애플이 폐쇄적이라고 욕할 때에, 저는 아마 개방할 걸이라고 한 달 전에 말한게 위안이 되네요...나는 그래도 애플이 뭔 생각하는지는 안다고 말입니다.

비슷한 식으로 MMS가 안된다고 화상회의 카메라가 없다고 우리가 트집을 잡고 있을 때에 애플은 열심히 전세계 통신사들이 만들어놓은 MMS의 변종을 다시 통일하라고 강요하면서 통합 MMS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면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올해 안에 뮤직스토어가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라면, palm pre의 영향으로 노티피케이션 서비스와 백그라운드를 한 두달 후나 혹은 6월의 WWDC에서 2.3 혹은 2.4 버전으로 발표할 예정이라면요. 참고로 팜은 상반기 중 발표랍니다. 그나저나 palm pre는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

심지어는 도시락이나 멜론 클라이언트를 앱스토어에서 승인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우리 나라 음악 시장에서 아이튠즈가 1등 자리를 굳히고 난 다음이겠지만 말입니다. 저도 기회가 되면 우리 나라 노래들을 아이튠즈에 등록해주는 대행업을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__^

주제 넘게 부탁드립니다.

100 중에 10개인 애플의 단점을 지적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쏟지 마십시오. 그러다가 애플에 비해 형편 없는 우리의 100개 중의 90개의 단점을 보완할 시간이 모자랄지 모르니까요. 자신의 약점을 가리기 위해서 너무 많은 마케팅 예산도 쓰지 마십시오. 우리 개발팀까지 그 마케팅에 속아서 우리가 잘난 줄 알고 개발을 게을리할지 모르니까요. 특히 삼성전자의 T-OMNIA를 보면 그렇게 될까 걱정이 될 때가 많습니다... ^_^

삼성전자가 애플에 대해서 분석을 하고 경쟁 우위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직 저한테까지 와서 묻지 않은 것을 보면 아직은 자신감이 충만해서 별 위기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이건 제 자만이고 착각인가요? ^__^)

애플은 폐쇄적인 회사가 아닙니다. 심지어는 애플이 폐쇄적이라고 느끼고 비난하면서 우리가 자위하는 것까지도 이용할지 모르는 아주 지독한 회사입니다...

* 이찬진 대표의 블로그(http://chanjin.connect.kr)를 방문해 댓글을 남기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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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찬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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